매일경제 김대은 기자 - 지난 11일 강원도 영월군 상동광산 깊숙한 곳. 빛 한 점조차 들지 않는 이곳 텅스텐 채굴장에서 광산 인부가 태블릿PC를 꺼내 알림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바깥에 있는 관제센터에 SOS 신호가 보내졌고, 즉시 대기 중인 구조대가 출동해 인부를 끌어냈다. 현장 관계자는 "태블릿PC를 일일이 꺼내지 않더라도 안전모의 버튼을 눌러 SOS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안전모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착용자가 오랜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심박 수에 이상이 생기면 역시 SOS 신호가 보내진다"고 설명했다.
휴대전화 통신이 불가능한 상동광산에서 이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KT와 알몬티대한중석이 공동 개발한 '광산안전DX' 솔루션 덕분이다. 통상 무선 신호가 닿지 않는 광산 내부에 LTE 케이블과 블루투스 비콘을 설치해 내외부 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든 게 골자다. 총 10억원가량을 투자해 지난해 12월부터 개발을 시작했으며, 오는 9월 중으로 솔루션 개발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1993년 폐광됐으나 이후 2015년 알몬티의 인수로 재개발이 시작된 상동광산에 국내 최초로 적용됐다. 알몬티가 이곳 상동광산에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1500억원이 넘는다.
광산안전DX 솔루션은 크게 △스마트기기 △출입·위치 관리 △인공지능(AI) 기반 안전시스템 △작업장 환경 모니터링 4가지 요소로 구성됐다.
스마트기기는 광산 내부의 작업자가 착용하는 각종 기기를 뜻한다. 손목에 착용하는 스마트밴드 외에도 스마트태그가 장착된 안전모, 스마트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밴드는 지속적으로 작업자의 위치 정보와 심박 수 등 생체 정보를 모니터링해 관제센터로 전송한다. 만약 착용자가 오랜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심박 등에 이상이 생기면 자동으로 알림이 발송되는 기능을 갖췄다. 이외에도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전모에 부착된 스마트태그의 버튼을 누르면 관제센터로 SOS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반대로 긴급 상황 발생 시 스마트폰으로 위험 경보를 받을 수도 있다.
출입·위치 관리는 작업자 및 차량 입·출입 확인 외에도 작업자의 실시간 위치, 위치별 작업 사항 확인, 작업자의 위험 지역 진입, 차량 접근 알림 등의 기능을 지녔다. 광산 내에서 정밀한 위치 정보를 측정하기 위해 곳곳에 저전력 블루투스 비콘을 설치했다. 상술한 스마트기기가 주변의 비콘과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각 비콘에서 오는 신호 강도를 이용해 거리를 계산하고 작업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식이다.
AI 기반 안전시스템은 관제센터에서 현장과 작업자들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관리자는 작업자의 심박 수, 넘어짐 등을 실시간 관제하고 요주의자에 대한 휴식 등 선제적인 안전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비상 상황 발생 시 작업자들에게 비상 메시지를 전송하고 탈출로와 피난처를 안내한다. 또한 작업자 건강 상태, 갱도 내 위치 정보 등 축적된 데이터를 AI 기반으로 분석·학습해 광산 안전 관리 개선을 위해 활용한다.
작업장 환경 모니터링은 갱도 내 배치된 다양한 측정기로 여러 환경 요소를 실시간 감시하고 위험 수치에 도달 시 작업자와 관제센터에 경고 알림을 발송한다. 유해가스 측정기는 산화질소·이산화질소·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아산화항 등 5종의 공기 중 농도를 측정한다. 이외에도 각종 측정기가 온습도, 주요 장소의 수위·진동 등을 파악해 위험 여부를 모니터링한다. KT와 알몬티는 이와 같은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광산 내부에 누설동축케이블을 설치했다. 통상 건물 지하나 터널 등에 설치하는 이 케이블은 LTE 신호를 외부로 방사하는 기능을 지녔다. 통신 인프라스트럭처는 설치 장소가 어디인지에 따라 구축 난이도 차이가 큰데, 광산은 특히 내부 굴곡이 심하고 전파 송수신을 방해하는 지형지물이 많아 통신 장비를 적절히 배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채굴로 갱도 구조와 작업장 위치가 계속 변한다는 것도 광산 내부에 통신 장비 설치를 어렵게 만드는 점이다. 이에 KT와 알몬티는 발파 작업이 진행 중인 곳에는 누설동축케이블 대신 지향성 안테나와 라인앰프를 설치했다. 누설동축케이블에서 주고받는 전파가 손실될 경우를 대비해 손실된 전파를 증폭해 통신 품질을 안정화하는 라인앰프를 설치한 것이다. 이렇게 광산 안에 만들어진 통신망은 추후 도입될 채굴 장비 원격제어와 차량 자율주행 시스템 운영에도 활용될 계획이다. 강동훈 알몬티 이사는 "광산에서는 하루만 사고가 나도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며 "솔루션 개발을 통해 취득한 안전 관련 특허는 공익을 위해 모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