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5
"존슨앤존슨, 환자 치료 수준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
청년의사 박기택 기자 - 존슨앤존슨메디칼이 ‘변화’를 선언했다. 사업을 기존 의료기기를 넘어 로봇수술시, 의료용 소프트웨어 등으로까지 확대하며 디지털과 결합된 미래 의료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겠다는 것. 이를 위한 비전을 발표하고, 사명도 ‘Johnson & Johnson MedTech(존슨앤존슨메드텍)’로 사명을 변경했다(한국지사는 기존 한국존슨앤드존슨메디칼로 유지키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의 ‘변화’를 위한 시도가 모두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음은 다양한 기업들의 도전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헬스케어분야 로봇수술, 소프트웨어 시장 등은 굵직한 글로벌 강자들과 함께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경쟁하고 ‘핫플레이스’다. 이에 존슨앤존슨메드텍 오진용 북아시아지역(한국, 대만, 홍콩) 총괄사장에게 회사 비전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한국 시장에서의 향후 추진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 회사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계획이 궁금하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갖고 있는 분야는 의료 산업에서의 다양한 임상 경험이다. 존슨앤드존슨만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보건의료) 산업에서 전문 지식이나 노하우를 많이 쌓아 왔고, 그러한 노하우들을 과학 기술의 발전에 접목해 헬스케어 산업에 있어 환자 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부문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디지털 방면의 인재들을 확보해서 자체적으로 개발도 하지만, 필요시에는 기존 소프트웨어나 솔루션에 강점이 있는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력을 추진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존슨앤드존슨에게 새로운 컨셉은 아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와 같은 모델을 통해 계속적으로 협업을 진행해 왔다. 실제로 R&D 예산의 절반은 내부에서 소화하며, 절반은 오픈 이노베이션 쪽으로 배분을 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으로 보면 될 것 같다.
-디지털 전환, 디지털 사업 추진 등은 다양한 글로벌 및 한국의 헬스케어 기업들이 내세우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존슨앤드존슨만의 차별화된 부분이 있나.
재차 강조하지만, 존슨앤드존슨 만큼 (헬스케어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특히 의료기기(MedTech)와 제약·바이오(Bio-Pharma)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회사는 존슨앤드존슨밖에 없다. 얀센이라는 훌륭한 제약·바이오 부문 사업부는 타 업체에 비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회를 계속 찾고, 융복합적인 기회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회사가 토탈 솔루션 개발에 역점을 두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나 솔루션에 초점을 맞춰서 개발 또는 역량을 쏟을 계획인가.
단순히 여러 제품을 갖고 있다고 토탈 솔루션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는 환자 관점에서 수술 전후 경험하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유익하게 제공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또 우리 제품을 쓰는 의료진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편리하게 수술을 하고, 수술의 정확도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지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러한 환자 중심, 고객 중심을 고려한 부분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고, 디지털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하면 환자나 고객들에게 보다 좋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에만 국한하지 않고 환자들의 질환 경험, 특히 수술 전후 과정에 포괄적으로 접근해보자는 것이 핵심이다
-새 비전 등에 따른 한국 시장에 선보일 제품 계획은.
허가되지 않은 제품들을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양해 부탁한다. 다만, ‘Visible Patient’을 대표적으로 소개하고 싶다. 의료진은 사람마다 다른 장기 모양이나 형태, 어느 부위에 병변이 있는 지 등을 고려해 사전에 종합적으로 수술을 계획하는데, 이런 과정을 3D 이미지를 통해 사전에 구현하고, 수술 준비 과정을 좀 더 편리하고 계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 플랫폼이 ‘Visible Patient’다. 이를 통해 준비 시간이 단축되면 환자는 좀 더 빠르게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의료진 또한 수술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신기술이 환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다가가려면 허가나 규제, 급여 문제의 해결도 중요하다. 국내 규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나.
한국만큼 우수한 의료, 바이오 쪽 인프라를 지닌 국가가 많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저명한 의료진도 있고, 임상연구 또한 활발하다. 그런 면에서 더 이상 보건의료산업을 공공재로서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비용으로 보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발전시키고 국내 시장을 키워야 할 산업으로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디지털치료기기의 건강보험등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혁신성이 입증된 의료기기나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는 걸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가격이나 규제 측면에서 바라보는 산업계와 정부의 간극이 해소되길 기대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필요한 구체적 사례를 꼽으면.
예컨대 초음파 절삭기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 모든 제품의 성능이 동일하지 않다. 어떤 제품은 임상적으로 더 우수하고 훌륭하다. 그런데 하나의 제품군으로 묶이기 때문에 동일한 보험가가 적용된다. 이러한 점에서 보다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또 의료기기는 상용화가 돼야 의료진이 사용해 보고, 그러면서 임상적 근거가 축적될 수 있다. 제품 허가단계에서 근거를 많이 축적하면 제품의 유효성 등은 더 많이 검증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혁신기술의 도입과 산업의 발전 속도는 늦어진다. 때문에 현재의 절차가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선진입-후평가를 확대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혁신기술의 도입을 앞당기고 혁신성이 인정되는 제품에는 수가를 유연하게 적용하되, 차후 임상 데이터를 보완하는 방법도 있다. 현 제도에서는 혁신성 평가 부분에서 임상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이것 역시 단순 임상이 아니고 매우 까다롭다. 제품 안전성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 하에, 혁신 제품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방법에서 유연성을 부여한다면 보다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제품들이 활발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자연히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독일의 경우는 디지털기기에 대해 신속 등재절차(DiGA Fast-Track)을 신설하고 치료효과 입증여부에 상관없이 첫 1년 동안 업체가 제시한 가격으로 제품의 가격을 적용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타 선진국의 사례들을 참고해 의료기기산업의 혁신을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만 존슨앤존슨메드텍도 총괄하고 있는데, 대만과 한국의 규제를 비교하면.
대만의 규제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좀 더 엄격한 수준이다. 다만 ‘Balanced billing’이라는 제도와 같이 차이점도 있다. 이는 제품의 혁신성 등이 검증되면 일정 부분까지는 보험 재정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그 이상은 환자가 지불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드퓨 신테스(DePuy Synthes) 사업부의 외상(trauma) 제품 중 뼈가 손상되었을 때 쓰는 금속정(nail)이나 나사(screw) 등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쓰면 보험으로 비용이 지불되는데, 환자가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면 개인적으로 가격을 좀 더 지불해 사용할 수 있다. 홍콩 같은 경우에는 신제품 출시가 더 유연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 바로 출시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가입된 국가 간 제조원 실사를 상호 인정하는 ‘의료기기 단일 심사 프로그램’(Medical Device Single Audit Program, MDSAP)이란 글로벌 협의체가 있는데 여기에 미국, 캐나다, 일본 등은 가입한 반면 한국은 아직 가입돼 있지 않다. 이런 협의체에 우리나라 허가 규제기관이 동참한다면, 글로벌 기업은 신제품을 빠르게 들여와 환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수출 허들을 낮출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구글과 함께 로봇 수술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구글과 합작으로 ‘버브 서지컬(Verb Surgical)’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그 회사를 통해 로봇 수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해당 회사를 100% 자회사로 인수했고, 로봇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로봇수술 분야에서 존슨앤드존슨이 후발주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환자 중심적이고 의료진이 실제 사용할 때 더욱 편리한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한국 기업, 단체들과의 협업 계획은.
관심있게 보고 있는 회사는 굉장히 많다. 현재의 사업 분야나 앞으로의 방향 및 포트폴리오 전략과 부합하는 회사와는 어느 곳이든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예컨대 한국의 부정맥 환자 중 상당수가 시술적 치료가 필요함에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맥락에서 ‘휴이노’라는 국내 회사를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부정맥 진단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풍부한 임상 경험과 병원 관계자, 고객과의 노하우가 있어, 이런 부분들을 국내 우수한 스타트업들과 협업하면 환자 진단율을 더욱 높이면서 조기에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휴이노가 가진 AI 솔루션과 한국의 건강보험 빅데이터 등을 통해 (질환에) 반복적인 패턴이 있는지 볼 수 있게 된다면 환자 치료의 전, 후 과정까지도 분석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물론 자체적인 솔루션도 개발하겠지만, 필요한 부분은 협업을 통해 채워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지난 5월 대한외과학회와 전문 의료인력 양성 및 술기교육 향상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2017년도부터 서울시, 서울바이오허브와 협력해 ‘서울이노베이션 퀵파이어챌린지(Seoul QuickFire Challenge)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면 좀 더 큰 그림으로 투자할 수 있는 모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출처: 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5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