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정의선…뚝심과 추진력으로 전기차 선도회사로 키워
매일경제 정승환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달 14일 취임 2년을 맞는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총수가 됐던 2020년은 코로나19 확산과 원자재 가격 상승,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심화된 때였다. 여기에 지난해 초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정 회장은 특유의 추진력과 혁신 마인드로 2년 만에 현대차를 전기차 선두회사로 끌어올렸다. 로봇과 미래항공교통(AAM) 등 미래산업 발굴 성과도 돋보인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329만9000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3위에 올랐다. 일본 도요타그룹과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뒤를 이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량 5위에 머물러왔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반도체 수급난 극복과 전기차 시장과 모빌리티 등 미래산업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정의선 회장의 혁신적 리더십에 있다"며 "정 회장의 리더십은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와 EV6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한 차량을 앞세워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였다.
그룹 핵심 회사인 현대차는 2030년까지 제네시스 차량 100% 전동화, 2035년까지 유럽시장 100% 전동화, 2040년까지 주요 시장 100% 전동화를 통해 2045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대로 실행되면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에서 2030년 7%, 특히 미국 시장 점유율은 11%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확대되면서 실적도 나아지고 있다. 정 회장 취임 당시인 2020년 182조원이던 그룹 매출이 지난해 200조원을 돌파했다. 2021년 실적은 매출 211조4060억원, 순이익은 8조5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는 매출 106조5000억원, 영업이익 8조70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2020년과 비교해 280%의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된다. 자율주행과 미래항공교통, 로보틱스 등 미래산업 발굴 성과도 돋보인다.
정 회장의 지향점은 스마트모빌리티솔루션그룹이다. 정 회장의 취임 후 첫 인수·합병(M&A)은 로봇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였다. 정 회장은 사재 2490억원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투자할 정도로 로봇에 대한 애착이 크다. 현대차는 또한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5 기반 로보택시를 독일 'IAA 모빌리티'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KT와 7500억원 상당의 주식 맞교환을 단행했다. 목적은 6세대 이동통신(6G) 자율주행 기술과 위성통신 기반 AAM 분야 협력이다. 뉴스위크는 지난 4월 정 회장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파괴적 혁신가 중 '올해의 선지자'로 선정했다. 모빌리티를 재정의하고 이동 영역을 진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조직 측면에서 정 회장은 변화를 요구하는 리더가 아니라 구성원과 미래를 향한 변화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 그는 특히 경청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 요즘, 우리'에서 "모든 구성원이 건강하게 일을 잘하도록 돕는 것이 저의 일"이라며 "각자 행복하고, 가정과 회사에서도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장 취임 후 유연근무제와 복장·점심시간 자율화, 자율좌석제, 거점 오피스 등을 도입했다. 직급 체계도 통합하는 등 기업문화를 크게 바꾸고 있다.
물론 정 회장 앞에는 도전도 남아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 등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기 때문에 현대차는 당장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은 2025년께 차량 양산이 가능하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IRA에 대해 "상당한 판매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이 계속해서 조직 전체에 변화와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고 친환경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어떻게 이뤄낼지에 자동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