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2
암참 “기업 脫중국, 한국엔 절호의 기회”...尹에 유치전략 전달
조선일보 이정구 기자 -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 약 800사가 가입해 있는 암참(AMCHAM·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 ‘미·중 갈등 여파로 중국을 떠나는 이른바 ‘탈중국’ 기업을 한국에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이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주52시간 근무제 등 과도한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암참이 한국에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적은 있으나, 각종 데이터와 분석 내용을 담은 보고서 형식의 문건을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암참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2쪽 분량 ‘한국의 글로벌 기업 아태 지역 거점 유치 전략 보고서’를 이달 초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암참 이사진(30명)이 보고서 내용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직접 서명도 했다. 암참은 “예전엔 주로 관련 정부 부처에 정책 제언(레터)을 했으나, 이번엔 대통령실에 제언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까지 함께 처음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암참은 2022년 4월에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에게 ‘외국인 투자 확대를 위한 규제 혁신’ 관련 정책 제언을 전달한 적이 있다.
암참 보고서는 코로나 팬데믹 봉쇄와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기업의 탈(脫)중국 현상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지정학적 우려와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태본부 소재국으로서 홍콩과 중국에 대한 선호도가 하락했다”며 “한국은 탄탄한 인프라, 상당 규모의 소비시장에 대한 전략적이고 지리적인 인접성, 확고히 구축된 공급망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다국적기업에 (아태본부) 최적의 대상지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최근 암참이 회원사를 상대로 ‘아태 본부를 두고 싶은 국가’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한국은 싱가포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다만, 암참은 한국이 지리적 장점, 우수한 인프라에도 ‘규제’ 때문에 해외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우선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형사책임 리스크를 꼽았다. 암참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국가보다 훨씬 무거운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고 있다”며 “CEO의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했다. 또,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도 “대한민국 클라우드 시장은 망 분리, 클라우드 보안 인증 프로그램, 보안 평가 제도 등의 규제로 인해 글로벌 환경과 완전히 분리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혁신 기술의 국내 도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채용·해고 유연성과 근로시간 규제 등을 비교한 국가별 노동정책 및 유연성 평가에서도 한국은 141국 중 97위로, 경쟁국 싱가포르(1위), 일본(11위), 홍콩(19위) 대비 크게 뒤처졌다.
암참 관계자는 “과도한 비정기 세무조사, 융통성 없는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만 풀어도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한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를 담은 보고서”라고 말했다.
출처: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3/18/SBJFUB2KTZD4VKPP3MVGZ63J4A/?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