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참 회장 “한미관계, 이보다 좋을 순 없다…싱가포르 넘어
‘아시아 허브’ 될 최고 적기”
[헤럴드경제=대담 권남근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산업부장·정리 김민지 기자]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둘러싼 격동기 속에 한미관계가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국간 경제 가교 역할을 해 온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하 암참)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암참은 한미동맹이 시작된 1953년에 설립돼 70년 동안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을 돕는 한편, 한미간 무역 및 투자증진을 목표로 경제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800여개 이상의 회원사 및 계열사로 구성된 암참은 국내 최대 규모의 외국 상의다. 이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김 회장은 지난 2017년 한국계로서는 처음으로 암참 회장에 선출됐다. 미중 경제 패권 다툼과 한층 두터워진 한미동맹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은 무엇일지, 제임스 김 회장을 만나 들어봤다.
“한국 있었던 19년 중 한미 분위기 최고조…韓, ‘아시아 허브’ 될 찬스”
제임스 김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영등포구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사무실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세계의 지정학적 긴장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지금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범세계적 불확실성이 가득한 이때, 한국이 아시아·태평양(이하 아태) 지역의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찬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초 진행한 ‘2023 국내 경영환경 설문조사’ 결과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아시아 지역 본부로 선호하는 지역을 물었는데, 한국이 싱가포르 다음으로 이름을 올려 2년 연속 2위를 차지했다. 한국 정부 정책의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업 비율은 2021년 3.6%에서 지난해 23.2%로 크게 늘었다.
제임스 김 회장은 “현재 암참 이사진에는 역대 최다 수준의 아태지역 총괄 대표가 두루 포진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산업군을 아우르고 있다”며 “한국이 아태지역 비즈니스 허브이자 최고의 투자처로 자리매김해 글로벌 기업의 아태지역 대표들이 한국에서 아시아 시장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암참의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임스 김 회장은 한미관계가 최정점에 있다는 부분도 강조했다. 그는 “제가 한국에 온 지 19년이 지났는데, 현재 한미관계가 최고로 좋은 시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 하에, 한미관계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로 확대·발전됐고, 지난 2년간 양국간 투자는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
美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게 만들어야”
제임스 김 회장은 최고의 적기인만큼, 아태지역 내의 다른 경쟁국들과 비교해 한국에 최고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운영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국내 규제들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조정하고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면, 글로벌 공급망의 다양성과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례로 외국인 노동자의 소득세 단일세율 특례 적용기간이 20년으로 확대된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기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단일세율 특례 적용기간은 5년이었지만, 지난 연말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20년으로 연장됐다. 이로써 외국인 근로자는 20년 간 소득세 단일 세율(19%)을 적용 받는다.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의 근로자들이 더욱 오래 한국에 체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외국인 투자 확대로 이어져, 한국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서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어 매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제임스 김 회장은 평가했다.
반면, 개선해야 할 점도 있다고 언급했다. 디지털 정보 규제 완화와 노동 경직성 개선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국의 디지털 무역 지수는 아태지역의 다른 비즈니스 허브에 비해 낮은 순위에 머물러 있다”며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관련 정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한국을 아시아의 ‘디지털 허브’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인터넷 인프라 수준과 비교해, 개인 정보 및 데이터 규제가 과도해 온라인 플랫폼 등 디지털 비즈니스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해외 업체들이 공공 분야에 진출하지 못하는 사례를 꼽았다. 그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공공 분야 클라우드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며 “반면,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어디에 있든지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회장은 낮은 노동 유연성도 해외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의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메타나 마이크로소프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회사에서는 경영 상황에 따라 인력을 채용하거나 정리해고(lay off)하는 것이 훨씬 쉽다”며 “그러나 한국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기업의 한국 진출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참은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돕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에 투자를 원하는 미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가이드 역할도 하고 있다. 그는 “지금 한국은 정말 말 그대로 ‘핫’한 나라”라며 “최근 들어 미국 주요 시장부터, 상원의원, 의회 관계자들이 많이 오는데, 다양한 한국 회사가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투자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김 회장은 미국 중소기업의 잠재력이 크다고 봤다. 그는 “미국 중소기업 수는 3000만개인데, 그 중 30만개가 해외에 진출해있고, 이 중에서 2만개만 한국에 들어와 있다”며 “암참은 한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미국 중소기업에 신뢰할만한 파트너를 연결해주는 등 한국 투자를 위한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참은 미국 상무부와 협약을 맺고 ABC(American Business Center) 프로그램을 개설해 미국 중소기업의 한국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KBC(Korean Business Center) 프로그램도 만들어, 한국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핵심 산업은 미국과 한마음 필요…중국, 끊을 수 없는 파트너”
최근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혁신 산업에서 미중 간 통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제임스 김 회장은 한국이 주요 산업에서는 미국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는 미국과 한 마음으로 가야 한다”며 “올해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줄었지만, 대미 비중은 늘어난 것처럼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때 30%를 넘었던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올해 19%대로 떨어졌다. 반면 9%대던 대미 수출 비중은 18%대로 늘었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도 절대 끊을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제임스 김 회장은 “중국은 대만이라는 변수를 가진, 글로벌 무역 및 세계 경제와 안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키플레이어(key player)이기에, 배제헤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중국과 한국은 특정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관계가 될 수도 있고, 어떤 분야에서는 풀(full)파트너십을 맺을 수도 있는 만큼, 협력 관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김 회장은 임기 내 이루고 싶은 소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보다 많은 리더들이 한국에서 아시아 전 지역을 총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한국이 명실공히 아시아 내 최고의 투자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미 양국간 파트너십 발전에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