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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CHAM RHQ Report + Annual Business Survey] CEO 형벌규정 5886개…외국기업 "결재 때마다 감옥 걱정" [엑시트 코리아]

2024.07.18

CEO 형벌규정 5886외국기업 "결재 때마다 감옥 걱정" [엑시트 코리아]

 

 

중앙일보 최현주 최선을 기자 - #30여 년 전 한국에 진출한 유럽계 기업 A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하고 한국인 대표를 선임했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본격 시행 이후 본사에선 한국법인 대표를 맡겠다는 인물이 없어서다. 국내에 제조 공장을 둔 A사는 1700여 명을 고용 중인데 여기서 직원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대표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데 기겁했다고 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계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규제에, 임원들이 결재 서류에 사인할 때마다 ‘감옥 가는 거 아닌가’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한국을 떠나고, 해외 기업들은 한국행(行)을 망설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처벌 위주인 규제에 대한 공포다. 기획재정부·법무부·법제처 등이 참여한 ‘경제형벌규정 개선 태스크포스(T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414개 경제 관련 법률 중 형벌 규정이 5886개에 달한다. 이 중 다수가 이중 처벌 혹은 양벌 규정이다. 기업들은 “형사 처벌 대상 행위가 뭔지도 알기 어려워서, 불확실성이 크다”라는 불만이 나온다.   

 

외국 기업들의 규제 공포는 더 심하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조사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경영하기 어려운 이유로 ‘예측이 어려운 규제환경’(42.3%), ‘노동 정책’(15.5%), ‘한국 고유 규제’(1.4%)를 꼽았다. 암참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보다 싱가포르나 홍콩을 선호하는 이유로도 ‘규제 경쟁력’ 차이라고 진단했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은 중앙일보에 “한국 경제는 이미 글로벌 수준이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복잡하고 불투명한 한국 특유의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규제 환경은 경쟁 국가들에 밀린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기업법·규제 경쟁력’ 부문 61위(총 64개국)에 그쳤다. 2013년 32위에서 11년만에 29계단 하락했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해외 기업들은 장기적 안목으로 한국 사회가 기업하기에 얼마나 좋은 환경인지 확인하고 투자를 결정하는데 한국은 세제‧노동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 유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산업계가 반대한 중처법은 지난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됐다. 중대 산업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야당이 발의해 추진 중이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계는 형사 처벌 규정인데도 불법의 기준이 모호한 점을 우려한다. 예컨대 중처법은 사업주의 안전‧보건 의무에 대한 명확한 규정 없이 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한다. 발의된 노란봉투법에선 ‘누구나’ 노조에 가입하면 근로자로 본다. 처벌 대상인 사용자의 개념도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돼 있어, 기업들이 대처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처벌 수위도 높은 편이다. 산업재해에 대한 예방·처벌 규정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경우 한국은 위법시 사업주를 7년 이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암참에 따르면 일본(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 벌금), 홍콩(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홍콩달러 이하의 벌금) 등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유사 규제보다 한국의 처벌 강도가 세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규제의 예측 가능성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를 하더라도 예측 가능해야 하고 합리적이어야 하는데 한국은 국민 정서에 떠밀려 법을 만들다 보니 해외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보기엔 불확실성이 큰 경영 환경”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입법 단계에서 규제 영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지도 있다. 이혁우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은 법안이 100개 발의되면 그중 40%가 규제 관련일 정도로 국회가 규제 제조기 역할을 하는데, 그 영향에 대한 검토는 부족하다”라고 지적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규제학회장)는 “의원 입법도 정부 발의 법안처럼 사전에 규제 영향 분석을 해야 한다”라며 “규제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규제 개혁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64027#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