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환경 해결 능력,
재무보다 더 중요해질 것
매일경제 기획취재팀 - "앞으로는 재무 조건보다 사회·환경적인 문제 해결 솔루션을 가진 기업이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게 됩니다."
유웅환 한국벤처투자(KVIC) 대표이사는 21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세계지식포럼 부산' 강연에서 "어떤 기업이 재무적인 가치만 당연시하고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가치 지향에 문제가 있으면 투자에서 배제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벤처투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으로 벤처캐피털(VC)에 출자해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ESG경영팀을 신설하고 ESG경영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기업들의 ESG 경영 확산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유 대표는 "우리가 가진 기술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푸는 '테크 포 굿(Tech for Good)'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우리도 지속가능한 벤처 생태계 실현을 위해서는 ESG 가치 실현을 통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자 단계에서 운용사 선정 시 ESG 요소 평가를 반영한 후 ESG에 위배되는 산업은 투자를 배제할 것"이라며 "ESG 정보 공시와 모니터링, 위험 요소 등 사후 관리를 하고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유 대표는 "글로벌 수준의 지속가능한 투자 표준을 수립해 글로벌 시장의 투자 경쟁력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 ESG 가치 실현에 앞장서는 스타트업들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닷(DOT)이다. 김주윤 닷 창업자 겸 대표는 이날 강연자로 나서 "ESG 가치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이 부문에 집중하는 스타트업들은 당연히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 국내 스타트업들도 ESG 경영에 있어 글로벌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닷패드'로 알려진 디지털 그래픽과 이미지를 촉각화하는 '촉각 디스플레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이 제품은 현재 20여 개국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촉각으로 문자와 그림을 느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 덕분에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닷패드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한 권의 성경책이 22권의 커다란 점자 성경책이 되는 것을 보고 시각장애인을 돕겠다는 생각에서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장애인들의 교육이나 직업, 재활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떻게 신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주목할 것"이라며 "ESG 분야에서도 한류를 만들어 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도 강연에서 "ESG 경영은 이제 단기 트렌드가 아닌 기업 성장의 뉴 패러다임이자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고 강조했다. 암참은 2021년 ESG위원회를 신설한 후 회원사들의 지속가능 경영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암참의 ESG위원회는 30여 개 분과 위원회 중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