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4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Cover Story] 세계적 에너지기술기업 베이커휴즈 마리아 스페루자 아태 총괄사장
석유개발 기업의 변신 선언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
매일경제 최근도 기자 -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에너지산업이 먼저 탄소 감축에 앞장서야 합니다."
어느 환경보호단체 대표가 한 말이 아니다. 최근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서면으로 인터뷰한 마리아 스페루자 베이커휴즈 아태지역 총괄 사장이 한 말이다.
최근 산업 전 영역에서 `녹색`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기업들이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건 이제 필수 사항이 됐다. 한국 기업들도 앞다퉈 환경·책임·투명경영(ESG)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산업 현장에서 ESG 추구가 쉽게 이뤄지는 건 아니다. 특히나 화학·정유 업계는 하던 업 자체를 전환해야 하는 도전이 되기도 한다. 잘해오던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
베이커휴즈는 그런 기업들에 선례가 되는 기업이다. 베이커휴즈는 1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이다. 본래 원유 탐사, 시추,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스페루자 사장은 "유전 서비스 업체에서 벗어나 에너지 전환에 발맞춰 고효율 저탄소 기술을 제공하는 에너지 기술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먼저 베이커휴즈 사업 분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베이커휴즈 사업 분야는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유전과 가스전 탐사와 개발에 필요한 시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일필드 서비스 사업부, 해저 생산설비를 제공하는 오일필드 설비 사업부, 다양한 가스터빈, 압축기·밸브 포트폴리오를 갖춘 회전기기 및 프로세스 솔루션 사업부, 그리고 설비 예지보전 기술과 3D CT 검사 장비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솔루션 사업부다.
베이커휴즈는 쉽게 이야기하면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과 공급 전 단계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석유 및 천연가스 탐사와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고, 해저 유정에서 뽑아 올린 원유와 가스를 안전하게 공급하는 설비를 공급한다. 또 천연가스 운송 및 액화, 정유 및 석유화학 공정에 필요한 회전기기와 디지털 기술을 제공한다.
중요한 건 베이커휴즈 기술이 석유 및 천연가스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 산업에서도 사용된다는 점이다. 베이커휴즈의 가스터빈은 전력 소비가 큰 산업단지나 데이터센터, 병원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되고, 산업용 3D CT 검사 장비는 배터리, 자동차 부품, 전자 부품에 숨겨진 결함을 찾는 데 사용된다.
―최근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는 전통 정유 기업이 많다. 이들과 베이커휴즈는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어떤 면에서 차이점을 보이는가.
▶에너지 전환과 저탄소 성장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에너지 전환은 기업 한 곳에서 주도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를 생산·공급하는 기업, 베이커휴즈와 같은 기술 기업, 그리고 정부가 손을 맞잡아야 한다. 2019년 1월 베이커휴즈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탄소 중립` 계획을 발표했고, 실제로 2012년과 비교했을 때 탄소 배출을 31% 절감한 바 있다. 최근 한국 정부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는데, 관련해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에너지 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베이커휴즈 포트폴리오에 있다. 베이커휴즈는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지만, 에너지 생산부터 소비까지 밸류체인 전 과정에 필요한 기술을 제공한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는 고효율 저탄소 기술을 제공해 고객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열에너지와 같은 분야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수소에너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등 새로운 에너지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베이커휴즈가 에너지 전환에 대대적으로 뛰어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사실 에너지 전환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70년 전에는 석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으나, 20~30년 전부터는 천연가스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재생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발표한 것처럼 2100년까지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탄소 감축을 위한 노력은 가속화돼야 한다.
베이커휴즈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공급·소비 과정에서 탄소를 절감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수소와 같은 새로운 에너지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에너지 기업들과 함께 협력하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고객들이 효율이 높은 기술을 찾게 되면서 에너지 전환과 탄소 감축에 대한 논의도 더 활발해지고 있다. 베이커휴즈는 기존에 다양한 업계 파트너들과 협력해 액화천연가스(LNG) 산업 발전에 기여했던 것처럼,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도 에너지 업계의 다양한 파트너와 함께 긴밀히 협력할 계획이다.
―향후 에너지 시장에 대한 전망은.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하면서 탄소 감축은 앞으로 에너지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한다. 수소와 같은 깨끗한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개발은 가속화되고, 화석연료 중에서는 가장 깨끗한 천연가스 사용이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 30년간 석유와 천연가스는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을 것이며, 아시아에서는 가장 깨끗한 화석연료인 천연가스 사용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공급·소비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탄소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베이커휴즈의 에너지 로드맵을 설명해달라.
▶앞으로 30년간 석유와 천연가스는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베이커휴즈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석유와 천연가스 분야에 효율적이고 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기술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 미래 사업 육성을 위해 수소와 CCUS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새로운 고객, 새로운 에너지 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베이커휴즈의 제품과 기술도 시장과 고객 니즈에 맞춰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다.
베이커휴즈는 최근에는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수소 에너지와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수소 자체는 친환경이지만 수소를 만드는 방법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 수소는 현재 화학공정 중에 만들어진다. 화학공정 중 발생하는 부생수소 및 추출수소인 `그레이 수소`에서 재생에너지에서 얻는 `그린 수소`로 가는 게 수소 산업의 목표다. 그 과도기에는 `블루 수소`가 필요하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에 CCS를 결합해 만들어지는 깨끗한 수소 생산 방법이다.
베이커휴즈는 탄소 포집 및 저장에 필요한 탄소 저장소 지질구조 분석, 주입정 설치, 탄소 압축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탄소 포집 및 저장 설비를 콤팩트하게 구성해 투자비용을 50% 절감하고 장비가 차지하는 공간을 75% 이상 줄인 `콤팩트 카본 캡처(3C)`라는 노르웨이 기업을 인수해 CCS에 더욱더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이커휴즈의 신사업을 소개해달라.
▶베이커휴즈가 에너지 전환에서 집중하는 분야는 △탄소중립 액화천연가스(LNG)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수소 △지열발전 등이다. 탄소중립 LNG부터 보자. 최근 LNG 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는 `탄소중립`이다. 베이커휴즈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천연가스 생산과 LNG 액화 과정에서 효율을 높이고 탄소를 절감하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일례로 최근 카타르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가스전 노스필드이스트 LNG 프로젝트에 가스터빈 총 12대와 원심 압축기 24대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이 프로젝트에 적용된 최신 기술은 연간 최소 6만t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 또 탄소 절감을 위해 태양광·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연계한 복합화력 발전 개발을 지원하고, LNG 플랜트에서 메탄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메탄 가스 누출을 방지한다.
베이커휴즈는 CCUS와 관련해 필요한 탄소 포집 기술과 탄소 압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별화된 포집 기술과 콤팩트한 모듈형 구조를 통해 설비가 차지하는 공간을 75% 이상 줄인 `콤팩트 카본 캡처`라는 노르웨이 기업을 인수했다. 앞으로 3C와 베이커휴즈 기술력을 접목해 상용화하면 CCUS 프로젝트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탄소 저장소를 위한 지질구조 분석, 탄소 주입정 설치 및 모니터링 기술뿐만 아니라 전체 CCUS 프로젝트에 대한 컨설팅도 제공한다.
베이커휴즈는 수소 생산, 운송 및 저장, 활용 등 수소 밸류체인 전 단계에 사용 가능한 가스터빈과 압축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1962년부터 수소 압축기를 공급해왔으며, 가스터빈은 10% 수소 혼합 연소에서 100% 수소까지 다양한 수소 혼합 비율에 대해 안정적인 연소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대표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인 스냄(Snam)과 함께 베이커휴즈 NovaLT 가스터빈을 활용한 10% 수소 혼합 연소 시험에 성공했고, 앞으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수소를 블렌딩해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열발전 분야에선 지질구조를 분석하고 주입정 설치 및 모니터링에 대한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스팀터빈, 터보팽창기 등과 같은 회전기기도 제공하고 있다.
―각 사업 분야와 기존 사업 간 연결고리가 있는지.
▶CCUS, 수소, 지열 발전 등과 같은 분야는 기존 베이커휴즈 사업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수소를 예로 들어보자. 베이커휴즈는 지난 50여 년간 석유화학 혹은 LNG 플랜트에서 수소를 다룬 경험을 갖고 있다. 수소 압축 분야에서 검증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베이커휴즈 가스터빈은 10%부터 100%까지 다양한 수소 혼합 연소가 가능하다.
지열발전도 그렇다. 지열발전에 필요한 스팀 터빈, 터보팽창기 등은 베이커휴즈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다. 베이커휴즈는 지열 발전이 새로운 분야는 아니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지열발전의 성장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일례로 한국에서는 현재 가동 중인 지열발전소가 없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지열발전 프로젝트에 국내 설계·조달·시공(EPC) 건설사 및 개발자와 함께 협력하고자 한다.
―사업 분야별로 각각 너무 다른 영역은 아닌가.
▶적용 분야는 다르지만 제공하는 기술에서 시너지를 엿볼 수 있다. 지열발전과 CCUS를 위한 주입정을 설치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은 석유 및 가스 주입정 시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또 천연가스를 위한 회전기기는 수소가스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베이커휴즈는 에너지 기술 기업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분야에도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시너지가 가능하다.
시너지는 고객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기존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개발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탄소 감축과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이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면서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 베이커휴즈는 석유와 천연가스, LNG 분야에서 쌓아온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협력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어떠한 사업 분야를 모색하고 있나.
▶베이커휴즈의 기술은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된다. 국내 석유화학회사와 정유사에는 가스터빈과 압축기, 펌프, 밸브 등을 제공한다. 최근에도 국내 주요 석유화학 공장에 고효율 가스터빈 4대를 공급했다. 국내외 해양 플랜트, 화공 플랜트, LNG 플랜트 등의 EPC를 담당하는 종합건설사와 조선소들도 주요 고객이다. 전체적인 플랜트 설계를 기반으로 이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부터 건설사들과 협력한다.
또한 국내 배터리, 전자기기, 자동차 기업에 산업용 3D CT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제품을 스캔해 내부 결함을 검출하는 기술이다. 배터리, 전자, 자동차 등 정밀한 검사가 필요한 산업군에서 수요가 많아 2019년 판교에 고객 솔루션 센터를 오픈해 맞춤형 산업용 검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수소경제에 관심이 많다. CCUS와 수소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베이커휴즈의 산업용 X-Ray CT 고객 솔루션 센터. [사진 제공 = 베이커휴즈]
▶CCUS에 대해 베이커휴즈는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에 프로젝트 비용과 리스크를 분석하는 등 타당성 조사를 지원한다. CCUS 프로젝트 개발 단계에서는 탄소 포집·압축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탄소 저장을 위한 주입정 설치 및 모니터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베이커휴즈는 2000년대 노르웨이와 미국에서 진행된 CCUS 파일럿 프로젝트에 지질구조 분석, 주입정 설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압축 기술을 제공한 바 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호주 고곤(Gorgon) LNG 플랜트 CCUS 프로젝트에도 베이커휴즈 기술이 적용돼 있다.
한국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고 수소에너지와 CCUS 등과 관련된 혁신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은 블루 수소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CCUS는 블루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한국은 저장소 한계로 인해 탄소 자원화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CCUS 기술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는 가운데, 베이커휴즈는 호주 유럽 미국 등에서 참여한 CCUS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CCUS를 도입하려는 고객들과 긴밀히 협력하고자 한다.
▶▶ 마리아 스페루자 사장은…
2018년 10월 베이커휴즈 아태지역 총괄 사장으로 취임했다. 스페루자 사장은 베이커휴즈가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아태지역의 성장전략을 선도하고 있다. 1995년 원심 압축기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로 GE에 처음 입사해 회전기기 및 프로세스 솔루션 사업부에서 마케팅, 전략, 서비스, 영업 및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아태지역 총괄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에는 회전기기 사업부에서 글로벌 LNG 비즈니스 총괄 및 서비스 총괄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