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0
한국계 미국인 최초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에 오른 제임스 김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제금융센터(IFC) 내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세제 개혁 및 규제 완화가 동반된다면 한국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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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중국으로 쏠려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변화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세제 개혁 및 규제 완화, 그리고 타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준법 비용의 개선 등이 필요합니다”
한국에 진출한 미국의 기업을 대표해 800여 회원사를 거느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의 제임스김(58) 회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미·중 무역전쟁 등 최고조로 치닫는 불확실성 속에서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이같은 조언을 쏟아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내 사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낙관론자로 칭한 김 회장은 현 상황에 대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상황은 계속해서 좋아질 것”이라며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한·미 경제동맹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1953년 설립 이래 임명된 암참의 첫 한국계 미국인 회장이다. 2013년말부터 암참의 비상근 회장으로 활동하다, 2017년부터는 암참의 상근회장이자 대표이사를 역임해 오고 있다. 암참 역사상 상근 회장 타이틀을 단 것도 김 회장이 처음이다.
이날 인터뷰의 주된 화두는 단연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 등을 두고 질문과 대답이 집중적으로 오갔다. 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최근 급격히 경색된 북·미, 남·북 관계 등도 화두에 올랐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기업들은 특유의 생존 본능으로 이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 진출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맥도날드는 드라이브스루와 배달 서비스로 수익을 유지하고 있으며, 코스트코는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선회하며 시장 선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한국과 미국은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으로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더불어 무역협정의 글로벌 기준으로 삼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앞으로도 두 국가가 지속적으로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무역 관계를 이어나갈 플랫폼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코로나19에 대한 양국 정부의 대응 평가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한국 정부의 대응에 ‘신속하고 혁신적인 대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한국은 Tracking(역학, 추적), Testing(검사, 확진), Treatment(격리, 치료)의 3T에 기반한 방역으로 폐쇄(Lock down) 조치 없이 확산세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시점에 대해선 1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최근 암참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인용하며, 대부분의 국내 미국계 기업들이 1년 이내의 완전한 회복을 예상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들 기업들은 투자 및 고용의 감소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업인들에게 주어진 불확실성의 핵심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을 두고 이야기가 오갔다. 김 회장은 미·중 갈등 속에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응 전략을 묻는 질문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미·중 무역 갈등은 많은 불확실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다변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라며 “한국의 제1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은 현재 한국 GDP의 30%를 창출하고 있는데, 단일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한국 경제의 안정성에도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따른 영향에 대해선 홍콩이 갖는 지리적 이점이 약화될 것 이라고 진단했다.
아시아 금융허브의 기능을 홍콩을 대신해 한국이 대체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한국에도 시간이 필요하겠지만,아시아 금융허브의 기능을 한국이 대체하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매우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이전 직장에 재임하며 아시아 내 투자처로 다양한 국가를 검토한 이후 한국을 택한 이유는 훌륭한 지리적 이점, 뛰어난 인적자원, 기술적 혁신성 등을 기반으로 한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인식 때문이었다”며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서울 규모의 대도시에서 이만큼 낮은 요금으로 위생적인 대중교통 체계를 누릴 수 있는 곳도 드물다”고 평가했다.
인터뷰는 이어 외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단체의 회장으로서 우리나라의 기업 환경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김 회장은 예상 외로 한국의 기업 환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상징적인 글로벌 브랜드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어하고, 한국 내에서 성장을 이루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라이나 생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시그나의 경우 한국이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시장이며, 맥도날드는 국내에서 1만7000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고, HP코리아는 국내 시장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R&D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하지만 타국에 비해 높게 형성된 준법 비용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최고경영자(CEO)가 본인의 직접적 소관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까지 형사 책임을 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그는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에 “규제 도입과 준수에 있어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의 개선은 한국을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리쇼어링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미국은 리쇼어링 정책에서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김 회장은 “코로나 사태 발발 전, 미국은 50년만에 최저 실업률과, 역사적인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었고, 이는 지난 2년간 기록적인 수의 미국 제조업체들이 리쇼어링을 통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결과를 낳았다”라며 “법인세 인하 등의 세제개혁과 규제 완화와 같은 기업 친화적인 경제 정책이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미국의 성공적인 경제 성장은 한국이 일자리 창출 및 글로벌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참고할 수 있는 좋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한국은 탈 규제, 세제 혜택 제공 등 기업의 요청사항에 귀 기울여 외국인 투자 유치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심화되는 북·미, 남·북 관계의 경색 국면에 대해선 그는 이미 한국인과 다름 없었다. 김 회장은 북한 리스크에 따른 긴장을 묻는 질문을 16년 간 미국 현지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16년 간 기업활동을 이어왔지만, 대북 리스크로 인해 국내 투자 규모를 재고해 본 적이 없다”며 “사실 이는 한국에서 생활을 하는 많은 외국인 기업인들에게 전혀 이슈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 양국 정부가 좋은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