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조업 생산능력 세계 2위"美가 '반도체 전쟁'서 러브콜 보내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한국 산업계가 미국과의 산업협력 방안을 강화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반도체를 포함해 배터리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특히 첨단 기술분야 위주로 양국 협의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은 중국을 겨냥하고 반도체 패권 경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국 기업인 인텔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기업에 정보 공개를 압박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들은 미중 신냉전시대에 수출 위주의 한국 기업들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한미 간의 굳건한 산업협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7일 오후 한미협회와 한국산업연합포럼, 대한상공회의소·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중소기업중앙회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차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한미간 경제협력이 곧 안보협력이라며 양국이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가져갈 때 협력 관계도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참석 인사들이 '반도체 분야' 협력을 반복 언급했다.
"혁신기술과 제조역량 모두 공유하는 파트너 관계 형성해야"
장석인 한국산업기술대학 산업기술정책연구센터장(석좌 교수)는 '(한미) 산업협력 현황과 향후 전망'이란 제목의 발제를 맡았다. 장 교수는 "한국이 과거와 같이 미국으로부터의 기술 이전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신기술 개발에 이어 신산업 생태계 조성까지 함께하는 구조전환의 전략적 파트너로 입지를 다녀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이 자국 이익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반도체 산업 등 제조업 강화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 미국의 제조업 역량이 중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과거 저렴한 인건비 등을 이유로 생산시설을 동북아 등지로 내보냈는데, 의존도가 커지면서 그 결과 혁신역량까지 내보낸 셈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협회 연간 리포트에 따르면 각국의 제조업 부가가치 창출 수준은 2015년부터 중국이 1위를 차지해왔다. 장 교수는 "미국이 2위라도 그 격차가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제조업 인력 당 생산능력은 독일이 1위, 한국이 2위, 미국이 4위다. 장 교수는 "미국에게 한국이 중요한 이유"라며 미국이 자국의 공급망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택했고, 적절한 대상이 곧 한국이라고 봤다. 미국이 국내 생산기반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제조역량을 다시 키우겠다고 나서면서, 한국은 양국의 공통 이익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력적 파트너 역할을 해야한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중국 견제 측면에서 강조된다.
장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 설계와 패키징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을 갖췄지만 제조나 단순 패키징은 열악하다"며 그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부문에서도 가공 역량 부족으로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를 모색했고,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나섰다. 장 교수는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미국 현지에 공장을 만들다보면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며 "한국과 미국 양국 모두 제조역량과 혁신역량을 함께 공유하는 보완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이 곧 안보협력"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대진 통상차관보가 대독)은 "한미관계는 외교 안보는 물론 경제와 산업 분야로 협력의 외연과 폭을 넓혀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가 글로멀 공급망 구축과 기후협력에 앞장서고 디지털 경제·백신 등 문제 해결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장관은 "소재, 부품, 장비 산업에서 핵심기술을 확보해 수요와 공급 기업 간 연대를 강화하겠다"며 "특히 미국은 우리 기업 공급망의 핵심파트너인만큼 긴밀한 협조로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통한 신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탄소중립 문제와 백신 등 글로벌 문제 해결에도 미국과 함께 힘을 합쳐 국제사회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은 "올해는 한미수교 139주년으로, 강력한 한미동맹이 지속되려면 안보, 외교 못지않게 경제협력에도 더 많은 노력 기울여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한미관계의 핵심기반은 양국이 경제적 이득을 공유하는 것이다"고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의 제2위 교역 상대국, 한국은 미국의 제6위 교역 상대국이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암참은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를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한국이 매력적인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한국과 미국의 협력관계가 '윈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와 배터리, 보건 의료 분야에서 미국 첨단기업과 협력해 미국 진출 시장 기회를 확보했다"며 "미국 역시 우수한 한국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우 부회장은 "양국의 산업협력은 안보, 백신 등 여러 분야로 파급 미치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며 "산업협력이 확보될수록 양국이 공동번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 중앙회회장 역시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기술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한국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양국 간 산업협력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차원에서 양국 기업들간 긴밀한 산업협력이 이뤄지면 한미 양국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