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 핵심은 공급망…韓美 기업 협력이 열쇠"
매일경제 이윤재 기자 -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의 핵심 주제는 공급망이다. 한미 양국은 공급망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 중이며, 기업(민간)은 공급망의 품목을 생산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과 앤드루 헤럽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공관 차석)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10주년을 맞아 지난 28일 서울 주한 미국대사관저 하비브하우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이같이 말했다. IPEF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의제에 대한 역내 포괄적 경제 협력 구상으로, 사실상 '반중전선' 성격을 띠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는 최근 'IPEF 민관 TF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한미 FTA는 '철통(ironclad)'으로 묘사되는 군사동맹 이상으로 양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한국의 새 정부에 가장 바라는 것도 양국 간 돈독한 경제 관계"라고 밝혔다. 헤럽 부대사는 양국의 공급망 협력 우수 사례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을 꼽았다. 그는 "램리서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최근 해당 분야에서 양국 기업의 쌍방향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한미가 협업해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를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으며 이는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이 더욱 기대되는 부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의 공급망 강화 정책에 따른 한국 기업의 우려에 관해 헤럽 부대사는 "미국이 한국과 경제 협력, 경제 안보를 논의할 땐 향후 한국이 어떤 형태로 발전하길 원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경쟁 상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번영이 목표"라며 "투명성, 부패와의 싸움, 기후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양국 기업 간 공조에도 주목했다. 헤럽 부대사는 "세계 정상에 오른 한국 기업들이 혁신과 도전의 정신으로 이 산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소,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기업은 공동 투자로 이미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FTA 체결 10주년을 맞아 암참의 새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암참은 최근 양국 통상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분야를 모아 'KORUS FTA 이행 스코어 카드 2.0'을 발간했다. 제임스 김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화학제품 관련 중복 규제, 세계적 혁신 신약 약가 제도 등에 남아 있는 문제점을 짚었다"며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규제와 그에 따른 우려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암참은 다음달 21일 '두잉 비즈니스 인 코리아(Doing Business in Korea·한국 시장 진출 세미나)'에 이어 '도어녹(Doorknock)'도 추진 중이다. 도어녹은 암참 대표단과 기업인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정부 주요 인사들과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행사다. 제임스 김 회장은 "암참의 주요 목표는 한국을 아시아 비즈니스 허브로 만드는 것으로 새 정부와 적극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이 기업 운영과 관련된 규제·세제 부분을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에 맞게 조정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계 기업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새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미 FTA의 성과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헤럽 부대사는 '지속적 성장과 협력'을, 제임스 김 회장은 '양국 간 윈윈'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