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5
“아시아나 인수 제안 받고 10초간 멍~” 조원태가 밝힌 비하인드
조선일보 최연진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3일 “위생, 안전이 최고 가치로 올라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항공산업은 당분간 ‘생존 모드’를 지속하게 될 것”이라며 “변화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항공사도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제한 뒤 “많은 기업이 향후 5년간 생존하기 힘들 것이지만 이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제13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뉴노멀 시대 항공운송산업의 대전환’을 주제로 대한항공의 코로나 위기 극복 비결과 미래 비전을 소개했다.
그는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과 대담을 통해, 회장 취임 이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생존 전략을 전했다. 조 회장이 국내 미디어 행사에 연사로 나선 것은 2019년 취임 후 처음이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2019년 4월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이듬해 코로나 팬데믹이 덮치며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화물 운송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국내외 항공사 대부분이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1조4180억원)을 기록했다.
조 회장은 “처음 임직원 중 한 명이 ‘빈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자’고 제안했을 때엔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지상에 서 있는 항공기들을 보며 화물 운송 확대를 결심했다”며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마스크, 의약품 등 긴급 물자 수송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인수 제안에 ‘깜짝’... 10초간 가만히 있었다”
대한항공은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과 관련해 해외 경쟁 당국 심사를 받고 있다. 13국 경쟁 당국 중 7국 당국에서 승인을 받았고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조 회장은 “올해 안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는 “인수·합병 작업이 완료되면 동북아 최대 항공사로 부상해 고객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며 “두 항공사는 늘 동시간대 출발을 해왔는데 합병 이후에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항공기를 출발시켜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은 2020년 산업은행으로부터 아시아나 인수 제안을 받았을 때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그는 “은행에서 만나자고 하기에 ‘대출 상환을 재촉하려나’ 생각했다”면서 “인수 제안을 받고선 깜짝 놀라 10초 동안 답변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하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기회가 왔고 이걸 놓치면 다시는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무조건 하겠다’고 답했다”며 “아시아나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항공업계 ‘생존 모드’ 계속될 것”
조 회장은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이 오더라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 이전에 비해 급등한 유가 등으로 인해 글로벌 항공업계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 전 배럴당 평균 60달러 안팎이던 유가가 지금은 13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고 경제 전망도 좋지 않아 미래를 대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어쩌면 우리는 코로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수년간 ‘생존 모드’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고 했다. ‘언제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란 질문에 조 회장은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방역·위생·안전에 대한 고객의 기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여행 트렌드도 완전히 변했다”며 “항공업계도 이에 맞춰 기민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에는 항공기 1대에 최대한 많은 승객을 태웠다면, 앞으로는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는 식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많은 기업이 향후 5년간 생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역시 생존과 성장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대한항공은 항공우주 등 미래 산업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회장은 “향후 항공우주산업의 화두는 UAV(Unmanned Aerial Vehicle·무인 항공기)와 UAM(Urban Air Mobility·도심 항공 교통)이 될 것으로 보고 다른 기업들과 함께 상용화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고 있다”며 “국내에 갇히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각종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출처: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2/07/15/267DG4YCNBHHNFIPR7SB6XQBN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